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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인터뷰
  • 입력 2021.07.07 18:27
  • 수정 2022.09.05 16:00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 해녀들의 삶을 우리의 식탁으로

(팟캐스트) [51회] 제주 해녀 뿔소라, 국민 해산물되기까지 -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

<배달의민족>마저도 주목하는 제주의 로컬크리에이터 <해녀의부엌>! '제주 해녀 다이닝'이라는 융복합 콘텐츠를 통해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거점브랜드 분야 최우수팀으로 선정될 만큼 제주 해녀의 전통성을 보전하고 제주 해산물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과 제주 해산물로 만든 F&B 서비스 외에도 대한민국을 세계로 알리는 로컬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데요. 제주에서 김하원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해녀의부엌>이 운영하는 극장식 레스토랑 (사진: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해녀의부엌>이 운영하는 극장식 레스토랑 (사진: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오늘은 주식회사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님 모셨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보통 활동가나 작은 가게, 자영업자의 느낌이 컸는데 <해녀의부엌>이 “주식회사”가 되면서 기업화된 로컬크리에이터의 면모를 보여주셨습니다.

지난 2020년 말에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로컬크리에이터 마무리하는 행사를 했는데요. 그때 올해의 로컬크리에이터로 초대된 7명의 로컬크리에이터 중 한 분이 바로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님입니다. <해녀의부엌>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이하 ‘김’): 저희 <해녀의부엌>은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해 있고요. 해녀 분들, 청년예술가들과 함께 해녀들의 해산물을 알리는 극장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해녀 분들이 채취하는 해산물로 가공식품도 만들고, 국내 판로 개척하는 일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해녀’라는 존재가 굉장히 신비하잖아요. 그래서 <해녀의부엌>이라고 하는 브랜드명이 독특한데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튀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서 주목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또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는 ‘소셜 임팩트’를 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죠.

많은 미디어에 노출됐던 <해녀의부엌> 이야기를 보면 해녀들이 정말 고생해서 물질을 채취하는데 해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부터 문제 해결을 하고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고, 공연이나 퍼포먼스라는 문화 콘텐츠의 형태로 일을 풀어나갔다고 하셨거든요. 그런 구상을 하게 된 동기나 이야기가 궁금해요.

●김: 저는 해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저희 가족들, 옆집 이모들, 삼촌들 모두 해녀이고 어부이십니다. 이 분들이 채취하는 해산물들이 일본 판매에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요. 국내 소비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니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심지어 지금은 20년 전 보다도 가격이 내려가는 실정입니다.

양식으로 생산되는 양식산 전복이 1kg에 27000원인데 해녀 분들의 주 소득이 되는 자연산 뿔소라가 1kg에 2700원이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보니 일제 시대 때부터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일본이 다 수매해서 가져갔는데, 지금까지도 일본에 납품하는 것 외에 국내 판로가 없었던 거예요. 그렇다 보니 일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판로가 일본뿐이라는 걸 아니까 생산량까지도 좌우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어요.

소위 갑질을 당하는 우리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예술 공부를 했거든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풀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해녀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과 해산물을 매력적으로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해녀의부엌>이 탄생했습니다.

뿔소라를 전세계인의 식탁으로 올리고 싶다는 김하원 대표 (사진: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뿔소라를 전세계인의 식탁으로 올리고 싶다는 김하원 대표 (사진: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우리나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걸로 알고 있어요. 제주에 해녀학교도 있고 해녀 박물관도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정작 대표님 말씀대로 해녀들의 삶이 되는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네요.

제가 알기로는 해녀들이 조선시대에도 도망가지 못하게 제주도에서 배를 없애 통제했다는 한의 역사를 가진 걸로 알아요. 해녀박물관을 예전에 한 번 가봤는데 내용이 정말 슬프거든요. 꼭 나오는 이야기가 ‘숨비소리’이고 박물관에서 그 오디오가 계속 나와요. 처음엔 신기한데 5분 정도 듣다 보면 슬프다더라고요.

‘숨비소리’가 깊은 심해에서 잠수를 마치고 올라와 호흡을 뱉어내면서 나오는 소리가 몸을 공명해서 피리 부는 소리처럼 나는 걸 말하는데요.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사람이 잠수를 마치고 올라오면 이런 소리가 날 수 있구나” 정도로 신기하게만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이 분들이 몇 십 년을 물질을 마치고 뱉어낼 때마다 내는 소리인데, 정작 이 소리를 듣는 본인이나 가족들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네스코 문화 유산 등재는 되었지만 이 건 ‘한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이 있어요. 제가 2019년에 여러 가지 조사를 하면서 김하원 대표님을 처음 뵀거든요. 그런데 이 내용을 “어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여기 있고, 우리가 콘텐츠이며, 나만의 역사를 담아 상대를 만달 수 있다는 매개를 만드신 건데, 그게 어마어마한 새로운 문을 열고 사람들이 새롭게 해녀들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생각들을 했어요. 그래서 김하원 대표님 입장에서는 ‘새로운 해녀’가 되신 게 아닐까...

●김: 제가 해녀가 됐다기보다 ‘해녀들을 무대 위에 세워주는 사람’이라고 항상 이야기해요. 저희 공간도 저의 해석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것 보다 정말 해녀들의 채취를 담고, 해녀들이 이 무대에서 즐거울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게 저희의 역할인 것 같아요.

◆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저는 항상 돈 버는 일이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대표님의 회사가 확장되어서 커지고 직원이 늘어나게 된 내용도 듣고 싶어요.

●김: 사실 제가 해산물 소비 시장을 창출하고 싶은 젊은 청년의 열정으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지역에서 무언가를 창조해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어요. 서울에서 인재들을 데리고 와야 했고, 지역민들의 마음을 열어야했죠. 이 과정에 제일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것 같아요.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이 되면 해녀들도 이 공간을 사랑하고, 이 공간을 만든 우리도 이곳을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먼저 해녀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지역에서 오래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다면 첫 번째로 이분들이 오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더라고요. 저희의 무언가보다 이분들을 무대로 올려드리고 박수 받게 해드리고 이분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저희는 해녀 분들이 만든 음식을 조금 더 예쁜 그릇에 담아 드리고, 이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조금 정리해서 진행을 도와드리고, 또 이분들에 연세가 있어서 미처 하지 못했던 도전들을 도와드리고 정말 박수 받게 해드렸어요. 그랬더니 해녀 분들이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된 거예요. 저희를 찾아주시는 고객 분들도 그 포인트를 가장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이 공간은 해녀에 의해 만들어졌고, 해녀가 만들었고, 해녀가 무대에 서고, 해녀가 관객을 만납니다.

해녀의 삶을 공연으로 보여주는 <해녀의부엌> (사진: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해녀의 삶을 공연으로 보여주는 <해녀의부엌> (사진: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그렇다면 대본이 있고 연기 지도를 해드리는 건가요?

●김: 대본은 전혀 만들지 않았어요. 이분들과 하나의 공연을 만들 때 한 달 동안 인터뷰를 해요.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이분들이 할 수 있는 말로 저희가 진행을 하면서 해녀 분들이 저희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죠. 그리고 그 실제 이야기를 저희가 공연으로 만들어서 보여드려요.

처음에는 해녀 분들 아무도 안하시겠다고 했거든요. 해녀의 삶이 유네스코 등재되면서 이제야 조금 관심 받지만, 사실 해녀 분들은 본인들의 삶을 한 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오시지 않았어요. 늘 못 배운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본인들이 어디 나가서도 해녀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처럼 느끼고요. 관광객들이 사진 찍으면 엄청 수치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이야기 해 볼 생각조차 안 해 본 거죠.

저희가 이 분들의 이야기로 공연을 만들고 주인공 분을 모셔서 보여드렸는데 엄청 우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는 내 인생이 부끄럽다고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래도 되게 잘 살아왔다”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이분들이 이런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고 느꼈죠. 한 분 한 분의 공연을 만들었을 때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박수 받고 환호 받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하신 뒤부터 주인공이 된 해녀 분들이 너무 행복해 하시니까, 다른 해녀 분들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이제 이렇게 다 모이게 됐어요.

첫 시작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후에는 선순환 하는 쪽으로 가는 거네요. 처음부터 어떤 공연이나 퍼포먼스를 만들어야겠다는 게 아니라 “연극으로 우리 인생을 한 번 풀면서 놀아보자”는 접근을 하셨기에 해녀 콘텐츠가 탄생했고, 이런 상황이 된 게 아닐까 해요.

●김: 로컬에서 일을 하시려는 분들께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이 “지역이 원하는 콘텐츠가 되어야 하고, 그 지역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이 되어야만 오래 갈 수 있다”라는 말을 항상 해요. 저도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했고요. 그 지점이 한 번 딱 풀리니까 순조롭게 잘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달의 민족> 전국 별미 코너에서 판매하는 <해녀의부엌> 제품들 (사진: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 전국 별미 코너에서 판매하는 <해녀의부엌> 제품들 (사진: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김: 대표님을 볼 때 저는 항상 비즈니스를 잘하신다는 생각 했어요. <배달의 민족> 전국 별미를 누르면 대표님 만나볼 수 있잖아요. 맨 위에 대표님 얼굴부터 나오거든요. 이 정도로 세상에 알려졌으면 비즈니스 규모도 좀 커지지 않았을까 싶은 거예요. 제가 처음 뵌 2019년에서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전 국민이 아는 배민의 새로운 코너에 로컬의 대표 얼굴로 서신 거잖아요.

●김: 저희가 처음에 “지원금 없이 운영되는 구조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염려를 많이 했어요. 공연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지원금 없이 지속 가능성을 만들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처음 목표는 “지원금 없이 운영되면 가장 좋겠다”였는데, 자생력은 갖춘 것 같아요. 그리고 이후에 투자도 받게 되면서 주식회사로 성장하게 된 거죠.

<배달의 민족>은 저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동감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그 문제 해결에 어떻게든 도움을 많이 주시고 싶어 하셨죠. 그래서 전국 별미 1호로 들어가게 됐고요. 그 안에서 해산물 뿔소라 원물이랑, 뿔소라로 만든 장을 판매하고 있어요. 메뉴는 앞으로 더 추가해서 판매를 확장시킬 계획이에요.

◆김: 겸손하게 말씀하셨는데, 어쨌든 스타트업으로 방향을 잡으셨고 투자도 받으셨죠. 또 수많은 IT플랫폼 대표님들이 김하원 대표님 모시고 싶어 자주 미팅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방향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김: 저희가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거든요. 올해는 오프라인 공간 확장이 목표여서 <해녀의부엌> 2호 공간을 확장할 것 같아요. 공항과 거리가 가까운 조천읍 북촌리에 오픈할 계획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영상 기술을 활용해 정말 실감나게 바닷속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담긴 이색적인 쇼룸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또 하나는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을 원물로 판매하는데, 부가가치를 더 높여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해녀들이 전통적으로 먹었던 뿔소라젓처럼 뿔소라를 활용해 만들었던 음식들을 가공식품화 하고 전국판매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요. 현재는 <배달의 민족> 앱과 저희 자체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판로를 좀 더 확장하려고 합니다.

<해녀의부엌>에서 가공식품화 하고 있는 뿔소라젓 (사진: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해녀의부엌>에서 가공식품화 하고 있는 뿔소라젓 (사진: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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