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마저도 주목하는 제주의 로컬크리에이터 <해녀의부엌>! '제주 해녀 다이닝'이라는 융복합 콘텐츠를 통해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거점브랜드 분야 최우수팀으로 선정될 만큼 제주 해녀의 전통성을 보전하고 제주 해산물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과 제주 해산물로 만든 F&B 서비스 외에도 대한민국을 세계로 알리는 로컬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데요. 제주에서 김하원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주식회사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님 모셨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보통 활동가나 작은 가게, 자영업자의 느낌이 컸는데 <해녀의부엌>이 “주식회사”가 되면서 기업화된 로컬크리에이터의 면모를 보여주셨습니다.
지난 2020년 말에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로컬크리에이터 마무리하는 행사를 했는데요. 그때 올해의 로컬크리에이터로 초대된 7명의 로컬크리에이터 중 한 분이 바로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님입니다. <해녀의부엌>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이하 ‘김’): 저희 <해녀의부엌>은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해 있고요. 해녀 분들, 청년예술가들과 함께 해녀들의 해산물을 알리는 극장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해녀 분들이 채취하는 해산물로 가공식품도 만들고, 국내 판로 개척하는 일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해녀’라는 존재가 굉장히 신비하잖아요. 그래서 <해녀의부엌>이라고 하는 브랜드명이 독특한데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튀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서 주목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또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는 ‘소셜 임팩트’를 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죠.
많은 미디어에 노출됐던 <해녀의부엌> 이야기를 보면 해녀들이 정말 고생해서 물질을 채취하는데 해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부터 문제 해결을 하고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고, 공연이나 퍼포먼스라는 문화 콘텐츠의 형태로 일을 풀어나갔다고 하셨거든요. 그런 구상을 하게 된 동기나 이야기가 궁금해요.
●김: 저는 해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저희 가족들, 옆집 이모들, 삼촌들 모두 해녀이고 어부이십니다. 이 분들이 채취하는 해산물들이 일본 판매에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요. 국내 소비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니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심지어 지금은 20년 전 보다도 가격이 내려가는 실정입니다.
양식으로 생산되는 양식산 전복이 1kg에 27000원인데 해녀 분들의 주 소득이 되는 자연산 뿔소라가 1kg에 2700원이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보니 일제 시대 때부터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일본이 다 수매해서 가져갔는데, 지금까지도 일본에 납품하는 것 외에 국내 판로가 없었던 거예요. 그렇다 보니 일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판로가 일본뿐이라는 걸 아니까 생산량까지도 좌우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어요.
소위 갑질을 당하는 우리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예술 공부를 했거든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풀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해녀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과 해산물을 매력적으로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해녀의부엌>이 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걸로 알고 있어요. 제주에 해녀학교도 있고 해녀 박물관도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정작 대표님 말씀대로 해녀들의 삶이 되는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네요.
제가 알기로는 해녀들이 조선시대에도 도망가지 못하게 제주도에서 배를 없애 통제했다는 한의 역사를 가진 걸로 알아요. 해녀박물관을 예전에 한 번 가봤는데 내용이 정말 슬프거든요. 꼭 나오는 이야기가 ‘숨비소리’이고 박물관에서 그 오디오가 계속 나와요. 처음엔 신기한데 5분 정도 듣다 보면 슬프다더라고요.
‘숨비소리’가 깊은 심해에서 잠수를 마치고 올라와 호흡을 뱉어내면서 나오는 소리가 몸을 공명해서 피리 부는 소리처럼 나는 걸 말하는데요.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사람이 잠수를 마치고 올라오면 이런 소리가 날 수 있구나” 정도로 신기하게만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이 분들이 몇 십 년을 물질을 마치고 뱉어낼 때마다 내는 소리인데, 정작 이 소리를 듣는 본인이나 가족들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네스코 문화 유산 등재는 되었지만 이 건 ‘한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이 있어요. 제가 2019년에 여러 가지 조사를 하면서 김하원 대표님을 처음 뵀거든요. 그런데 이 내용을 “어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여기 있고, 우리가 콘텐츠이며, 나만의 역사를 담아 상대를 만달 수 있다는 매개를 만드신 건데, 그게 어마어마한 새로운 문을 열고 사람들이 새롭게 해녀들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생각들을 했어요. 그래서 김하원 대표님 입장에서는 ‘새로운 해녀’가 되신 게 아닐까...
●김: 제가 해녀가 됐다기보다 ‘해녀들을 무대 위에 세워주는 사람’이라고 항상 이야기해요. 저희 공간도 저의 해석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것 보다 정말 해녀들의 채취를 담고, 해녀들이 이 무대에서 즐거울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게 저희의 역할인 것 같아요.
◆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저는 항상 돈 버는 일이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대표님의 회사가 확장되어서 커지고 직원이 늘어나게 된 내용도 듣고 싶어요.
●김: 사실 제가 해산물 소비 시장을 창출하고 싶은 젊은 청년의 열정으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지역에서 무언가를 창조해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어요. 서울에서 인재들을 데리고 와야 했고, 지역민들의 마음을 열어야했죠. 이 과정에 제일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것 같아요.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이 되면 해녀들도 이 공간을 사랑하고, 이 공간을 만든 우리도 이곳을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먼저 해녀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지역에서 오래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다면 첫 번째로 이분들이 오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더라고요. 저희의 무언가보다 이분들을 무대로 올려드리고 박수 받게 해드리고 이분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저희는 해녀 분들이 만든 음식을 조금 더 예쁜 그릇에 담아 드리고, 이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조금 정리해서 진행을 도와드리고, 또 이분들에 연세가 있어서 미처 하지 못했던 도전들을 도와드리고 정말 박수 받게 해드렸어요. 그랬더니 해녀 분들이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된 거예요. 저희를 찾아주시는 고객 분들도 그 포인트를 가장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이 공간은 해녀에 의해 만들어졌고, 해녀가 만들었고, 해녀가 무대에 서고, 해녀가 관객을 만납니다.
그렇다면 대본이 있고 연기 지도를 해드리는 건가요?
●김: 대본은 전혀 만들지 않았어요. 이분들과 하나의 공연을 만들 때 한 달 동안 인터뷰를 해요.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이분들이 할 수 있는 말로 저희가 진행을 하면서 해녀 분들이 저희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죠. 그리고 그 실제 이야기를 저희가 공연으로 만들어서 보여드려요.
처음에는 해녀 분들 아무도 안하시겠다고 했거든요. 해녀의 삶이 유네스코 등재되면서 이제야 조금 관심 받지만, 사실 해녀 분들은 본인들의 삶을 한 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오시지 않았어요. 늘 못 배운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본인들이 어디 나가서도 해녀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처럼 느끼고요. 관광객들이 사진 찍으면 엄청 수치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이야기 해 볼 생각조차 안 해 본 거죠.
저희가 이 분들의 이야기로 공연을 만들고 주인공 분을 모셔서 보여드렸는데 엄청 우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는 내 인생이 부끄럽다고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래도 되게 잘 살아왔다”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이분들이 이런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고 느꼈죠. 한 분 한 분의 공연을 만들었을 때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박수 받고 환호 받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하신 뒤부터 주인공이 된 해녀 분들이 너무 행복해 하시니까, 다른 해녀 분들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이제 이렇게 다 모이게 됐어요.
첫 시작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후에는 선순환 하는 쪽으로 가는 거네요. 처음부터 어떤 공연이나 퍼포먼스를 만들어야겠다는 게 아니라 “연극으로 우리 인생을 한 번 풀면서 놀아보자”는 접근을 하셨기에 해녀 콘텐츠가 탄생했고, 이런 상황이 된 게 아닐까 해요.
●김: 로컬에서 일을 하시려는 분들께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이 “지역이 원하는 콘텐츠가 되어야 하고, 그 지역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이 되어야만 오래 갈 수 있다”라는 말을 항상 해요. 저도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했고요. 그 지점이 한 번 딱 풀리니까 순조롭게 잘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 대표님을 볼 때 저는 항상 비즈니스를 잘하신다는 생각 했어요. <배달의 민족> 전국 별미를 누르면 대표님 만나볼 수 있잖아요. 맨 위에 대표님 얼굴부터 나오거든요. 이 정도로 세상에 알려졌으면 비즈니스 규모도 좀 커지지 않았을까 싶은 거예요. 제가 처음 뵌 2019년에서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전 국민이 아는 배민의 새로운 코너에 로컬의 대표 얼굴로 서신 거잖아요.
●김: 저희가 처음에 “지원금 없이 운영되는 구조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염려를 많이 했어요. 공연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지원금 없이 지속 가능성을 만들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처음 목표는 “지원금 없이 운영되면 가장 좋겠다”였는데, 자생력은 갖춘 것 같아요. 그리고 이후에 투자도 받게 되면서 주식회사로 성장하게 된 거죠.
<배달의 민족>은 저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동감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그 문제 해결에 어떻게든 도움을 많이 주시고 싶어 하셨죠. 그래서 전국 별미 1호로 들어가게 됐고요. 그 안에서 해산물 뿔소라 원물이랑, 뿔소라로 만든 장을 판매하고 있어요. 메뉴는 앞으로 더 추가해서 판매를 확장시킬 계획이에요.
◆김: 겸손하게 말씀하셨는데, 어쨌든 스타트업으로 방향을 잡으셨고 투자도 받으셨죠. 또 수많은 IT플랫폼 대표님들이 김하원 대표님 모시고 싶어 자주 미팅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방향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김: 저희가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거든요. 올해는 오프라인 공간 확장이 목표여서 <해녀의부엌> 2호 공간을 확장할 것 같아요. 공항과 거리가 가까운 조천읍 북촌리에 오픈할 계획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영상 기술을 활용해 정말 실감나게 바닷속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담긴 이색적인 쇼룸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또 하나는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을 원물로 판매하는데, 부가가치를 더 높여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해녀들이 전통적으로 먹었던 뿔소라젓처럼 뿔소라를 활용해 만들었던 음식들을 가공식품화 하고 전국판매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요. 현재는 <배달의 민족> 앱과 저희 자체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판로를 좀 더 확장하려고 합니다.